우리가 케이크 한 조각을 먹으며 느끼는 달콤함, 고기 국물에서 느끼는 깊은 감칠맛, 커피에서 느끼는 쓴맛은 너무나 익숙합니다. 그래서 강아지와 고양이에게도 같은 음식을 주면 우리와 똑같은 맛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강아지와 고양이의 미각은 사람과 완전히 같지 않습니다.
맛은 음식 속 화학물질이 혀와 구강의 미각 수용체를 자극하면서 시작되며, 그 정보가 신경을 따라 뇌로 전달된 뒤 하나의 맛으로 해석됩니다. 사람과 강아지, 고양이는 서로 다른 식생활을 거치며 진화했기 때문에 어떤 맛을 중요하게 감지하는지에도 차이가 생겼습니다. 즉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세 종이 경험하는 ‘맛의 세계’는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같은 맛을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은 일반적으로 단맛, 감칠맛, 쓴맛, 신맛, 짠맛을 기본적인 미각으로 구분합니다. 단맛과 감칠맛, 쓴맛은 각각 특정한 수용체 단백질을 통해 감지되며, 신맛과 짠맛에는 이온통로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기본 구조는 여러 척추동물에서 공유되지만, 수용체의 유전자와 민감도는 종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2025년 발표된 미각 수용체 비교 연구에서는 동물이 살아온 먹이 환경에 따라 미각 수용체가 진화적으로 달라졌음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고양이는 엄격한 육식동물인 반면, 개는 육식동물 계통에 속하지만 비교적 다양한 음식을 처리할 수 있는 잡식성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식이 차이가 맛을 감지하는 유전자와 수용체에도 반영됩니다.
따라서 사람이 “아주 달다”라고 느끼는 음식이나 “약간 쓰다”라고 느끼는 음식이 강아지와 고양이에게 똑같은 강도와 의미로 전달된다고 볼 수 없습니다. 맛은 단순히 음식 자체의 성질이 아니라 그 음식을 받아들이는 수용체와 뇌가 함께 만들어 내는 감각이기 때문입니다.
고양이가 단맛에 무관심한 데에는 유전적 이유가 있습니다
사람의 단맛 수용체는 TAS1R2와 TAS1R3라는 두 단백질이 결합하여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고양이에서는 TAS1R2를 만드는 Tas1 r2 유전자가 정상적인 단백질을 만들지 못하는 가성유전자 상태로 변해 있습니다.
2005년 PLoS Genetics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집고양이뿐 아니라 호랑이와 치타에서도 Tas1r2에 기능을 방해하는 변화가 확인되었습니다. 그 결과 고양잇과 동물은 포유류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정상적인 단맛 수용체를 형성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고양이 단맛 인지가 사람과 다른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렇다고 고양이가 아무 맛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고양이는 엄격한 육식동물로 진화하면서 육류에 풍부한 아미노산과 핵산 관련 물질을 감지하는 능력이 중요해졌습니다. 쓴맛 수용체 역시 여러 종류가 기능하고 있어 잠재적으로 해로운 화합물을 피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여러 육식 포유류에서 단맛 수용체 유전자가 독립적으로 기능을 잃은 사례가 발견되었습니다. 이는 단맛이 생존에 크게 중요하지 않은 식생활을 오래 지속하면 해당 수용체에 대한 진화적 선택압도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강아지와 고양이는 고기에서 중요한 맛을 다르게 읽습니다
강아지는 고양이와 다릅니다. 최근의 비교 연구에서는 개가 단맛을 포함한 기본적인 미각 수용체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설명됩니다. 따라서 강아지는 고양이보다 당류에 대한 행동적 선호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사람이 느끼는 단맛과 완전히 같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고양이에게 특히 흥미로운 것은 감칠맛입니다. 2023년 Chemical Senses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고양이 혀에서 Tas1r1이 발현되는 것을 확인하고, 고양이의 감칠맛 수용체가 육류에 존재하는 뉴클레오타이드와 여러 아미노산의 조합에 강하게 반응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사람의 감칠맛 수용체는 글루탐산에 중요한 반응을 보이지만, 고양이의 수용체는 작동 방식이 다릅니다. 연구에서는 고양이의 감칠맛 수용체가 일부 뉴클레오타이드를 직접 감지하고, 특정 아미노산이 그 반응을 강화하는 방식이 관찰되었습니다. 연구진은 참치에 포함된 이노신일인산과 히스티딘의 조합이 고양이가 참치를 선호하는 이유의 일부가 될 가능성도 제시했습니다.
여기에 후각과 맛의 결합도 중요합니다. 우리가 음식의 “맛”이라고 부르는 경험은 혀의 미각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냄새, 온도, 질감과 입안의 감각이 함께 뇌에서 통합되어 최종적인 풍미를 형성합니다. 따라서 강아지와 고양이가 음식을 선택할 때에는 혀에서 감지하는 맛뿐 아니라 냄새와 질감까지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반려동물의 맛은 인간의 혀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면 “강아지와 고양이는 우리가 느끼는 '그 맛'을 느끼지 못합니다”라는 문장은 어떻게 이해해야 정확할까요? 이 말은 강아지와 고양이가 맛을 느끼지 못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사람과 동일한 미각 경험을 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사람에게 달콤한 케이크가 고양이에게도 똑같이 매력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감각을 동물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것입니다. 특히 고양이는 정상적인 단맛 수용체가 없기 때문에 설탕의 달콤함을 사람과 같은 방식으로 인식하지 않습니다.
반면 강아지는 단맛 수용체를 유지하고 있지만 사람이 경험하는 맛의 강도와 선호까지 동일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각각의 종은 자신이 오랫동안 먹어온 먹이와 환경에 맞추어 미각 수용체를 진화시켜 왔기 때문입니다.
특히 고양이에게 고기의 맛은 사람에게 단순히 “짭짤하고 감칠맛 난다”는 느낌 이상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아미노산과 뉴클레오타이드 같은 육류의 화학적 신호가 고양이의 식품 선택에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반려동물의 먹이를 선택할 때 “제가 맛있으니 이 아이도 맛있을 것입니다”라고 판단하시면 안 됩니다. 사람에게 좋은 냄새와 달콤한 맛이 강아지와 고양이에게 반드시 같은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람이 먹는 음식 중에는 초콜릿, 자일리톨, 양파류처럼 반려동물에게 위험할 수 있는 성분도 있으므로 사람의 기호를 기준으로 음식을 나누어 주는 행동은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맛은 혀만의 감각이 아닙니다. 수용체가 음식 속 화학물질을 감지하고, 후각과 질감의 정보가 더해진 뒤 뇌가 이것을 통합해야 비로소 하나의 풍미가 완성됩니다. 사람과 강아지와 고양이는 같은 식탁을 바라볼 수 있지만, 각자의 뇌가 만들어 내는 맛의 세계는 서로 다릅니다.
참고문헌
- Li X, et al. Pseudogenization of a sweet-receptor gene accounts for cats' indifference toward sugar — PLoS Genetics
- Jiang P, et al. Major taste loss in carnivorous mammals —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 McGrane SJ, et al. Umami taste perception and preferences of the domestic cat — Chemical Senses
- Drivers of Palatability for Cats and Dogs — What It Means for Pet Food Development
- Taste receptors and their ecological niches: cats, dogs, and other vertebrates
'바이오샘뉴로바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잠을 청하지 마세요, 잠이 오게 만들어 보십시오(역설수면·수면압·잠자는 장소·목조성) (0) | 2026.08.11 |
|---|---|
| 우리의 인생은 식사 중, 소화 중입니다(대사과정·소화된 음식·장과 뇌·세포재생) (0) | 2026.08.11 |
| 종이 달라도 마음은 공명한다. 그 비밀은 ‘뇌’에 있습니다(신체신호·동물의 뇌 ·시선과 접촉·마음의 공명) (0) | 2026.08.09 |
| 치매는 운명이 아닙니다(비매필연·신경가소성·운동-혈압관리-수면·뇌건강미래) (0) | 2026.08.06 |
| 당신이 매일 하는 호흡이 몸과 뇌의 운명을 바꿀 수 있습니다(호흡은 자동·느린 호흡·빠른 호흡·좋은 호흡) (0) | 2026.08.01 |